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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로운 사람과의 동행
은퇴

조기 은퇴의 또 다른 슬픈 사실

by 메타사피엔스 2024. 9. 13.

 
 

은퇴의 의미

 
은퇴는 사회와 조직에서 더 이상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조직의 과업과 가족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삶을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금과 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서유럽 국가들에서 은퇴자는 여유로운 인생에 초점이 맞추져 있다. 한국에서는 조직으로부터 너무 이른 나이에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나와야 하지만 경제여건과 복지제도가 이를 보완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득의 단절과 복지 차원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조기 은퇴와 인지능력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힘든 생활은 인간의 진화에서 인지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긴장하며 집중하는 정신 활동과 노동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작용한다. 일을 하면 일상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고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감퇴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만약 은퇴 시기가 조기에 찾아 온다면, 또 다른 슬픈 사실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하고 집안에서 가벼운 일상으로 보내는 일은 개인의 노후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조기에 은퇴하는 사람의 인지능력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단어를 기억하고 가벼운 연산 능력에서 크게 뒤쳐졌다( Rohwedder and Willis, 2010). 
 
조기 은퇴자는 시간에 대한 감각도 잃고, 오늘이 어제 같고 주중이 주말 같고 시간의 흐름이 멈춘 느낌이다. 오랜 수면에도 피곤하고, 아무 때나 졸고 숙면의 시간도 불규칙해진다. 음악과 같은 오락에도 흥미를 갖지 못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하루종일 종편 방송을 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쪼들린 용돈을 아껴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유트버에게 슈퍼챗을 보낸다. 몇 천 원의 식사값도 부담을 느끼는 노인들이 몇 만 원 혹은 몇 십만 원을 보내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인지능력의 문제가 다르게 나타난 모습이라고 본다.
 

사회기여와 은퇴자의 인지능력

 
유튜브 여기저기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여유롭지 못한 은퇴자들이나 노후에 더욱 풍유로운 삶을 위해 재태크와 일자리 확보를 역설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은퇴자에게 설득력이 있는 얘기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놓치는 부분은 경제적 여유를 위한 노동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여전히 사회에 기여하고 자아실현의 가치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은퇴 이후 인지능력의 감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여가 혹은 취미 활동과 사회 참여 혹은 기여를 비교하면 어떻게 나을지 궁금하다. 두 가지 활동 모두가 중요하다. 다만, 요즘 언론과 유튜브가 과도하게 개인의 사적 욕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누구나 여유로운 노후 자금으로 즐기는 여가와 취미 생활은 잘못이 아니고 비난의 대상도 아니다. 인지능력 차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대안으로 사회기여와 노후의 활력 넘친 삶이 동시에 성취될 수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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