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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로운 사람과의 동행
은퇴

연금과 신기한 논리

by 메타사피엔스 2024. 8. 19.

 

 

평소에 금융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월급으로 사는 처지에 투자 부문까지 열심히 공부할 의지도 없었고, 관심도 많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듣는 단리 혹은 복리, 연금과 예적금, 거치기간, 최저보증, 지급률 등 금융 개념들에 대해 상식이 별로 없었다. 흔히 하는 말로 금융 문맹이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요즘에 금융 문제를 공부하고 있다.

 

우연히 높은 단기 연금과 상대적으로 낮은 복리 예적금을 비교하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내게는 신세계처럼 보이는 내용이었다. 흔히 매월 100만 원을 10년간 적립하고 15년 거치하면 65세 이후 평생 110만 정도를 보장하는 연금 상품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견상 너무 매력적인 연금 상품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100세까지 수명이 늘었다고 하는데, 원금 1억 2천만과 거치기간 늘어난 이자를 합해서 적립금이 2억 9천 정도로 65세 이후 죽을 때까지 매월 확정된 연금을 보장해 주는 대단한 금융 상품이었다. (여기에 20년 연금 수령, 30년 연금 수령, 35년 연금 수령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적립금에 비해 몇 억 원을 더 받는다는 숫자를 보여주면 내 사고의 이상을 완전히 마비시킨다.)

 

그래서인가 그 연금 상품은 많은 각광을 받고 있고 여러 연금전문가들이 호평했다.  물론 단리 8% 연금으로 15년 거치 이후 평생 보장하는 연금이라는 점에서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나는 너무도 훌륭한 연금 상품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영상을 통해 나는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생보사가 결코 손해를 보지 않고, 상당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금융사가 손해보며 장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구가 망하더라도 변화하지 않을 진리이다. 그러니 어떤 형태이든 고객들의 돈을 적절하게 차감해 갈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연금을 평생 보장하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확실하게 확보하려는 정교한 논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만기 된 이후 15년 거치기간 그리고 축소된 단기 이율은 생보사가 이익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장치였다.

 

만약 복리 5% 예적금이 있다면, 이는 연금상품보다 월등히 훌륭한 상품이라는 결론이다. 물론 복리 5% 예적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상품의 비교 대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다만 내가 배운 점은 금융사들이 이익을 확보하는 금융 논리에 관한 것이다. 무척 흥미로운 논리였다. 상품 구매자들이 환상적인 상품이라고 여기기에는 여전히 고민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유사한 내용으로 단리 연금 상품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상을 보면서 과거와 달리 좀 더 냉정하게 내용을 따져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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