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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노인의 사고사(事故死)와 평등한 규칙

by 메타사피엔스 2024. 10. 9.

(출처 : 통계청, 2022)

 

다른 종류의 인간 

 
노인의 개념은 사회, 경제, 의학, 신체, 심리, 복지 등 분야마다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요즘 가장 흔히 논의되는 의미는 경제 활동의 주요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신체의 건강에 관한 것이다.  
 
국가는 법률로 인간의 경제활동의 한계를 규정하였다. 즉, 정년퇴직을 60세, 62세 혹은 65세 등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이마저도 규정된 퇴직의 연령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정부 공무원은 정년 규정을 보장받지만, 사기업은 전혀 그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상식이다.
 
노인은 인지 부분에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신체적인 활동성이 크게 위축된다. 노인의 행동은 굼뜨고 판단은 빠르지 못하고 이해도 느리다. 음료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선 노인을 보기 어렵고, 우연히  있더라도 뒤에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인내심을 바닥내기 쉽다. 노인은 분명히 다른 유형의 인간이다. 
 

노인의 사망원인

 
노인이 다른 유형의 인간이라는 사실은 사망의 원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질병은 노인의 사망 원인으로 가장 높다. 그렇지만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노인만의 특징이 있다. 노인의 3대 사고 사망률은 추락, 교통사고, 질식이다. 2020년까지는 교통사고가 1위였으나, 2021년 이후에는 낙상을 포함한 추락사고가 1위이다(상기 도표 참고). 
 
추락사고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망원인의 2위라고 한다. 1위는 교통사고인 것을 보면,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노인의 사망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다만, 많은 노인이 추락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락은 가정에서 낙상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침대, 소파,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넘어지거나,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 미끄러지는 경우도 주요 장소이다. 이렇다 보니, 미끄럼 방지 깔판, 손잡이, 보행 보조기 등이 노인들의 집에 필수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공공장소 계단, 거리에서 의자 부족, 불편한 보도블록 등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노인의 교통사고와 규칙

 
노인의 사망과 부상은 교통사고가 주된 요인이라도 것도 특징이다. 중년을 넘어서면 활동력이 줄어들면서  행동의 민첩성이 떨어지고, 신체의 많은 부분이 정상 수치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노인의 도시 생활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분명한 것 같다.  자동차는 이런 양면성을 지닌 현대삶의 대표적 도구이다. 
 
자동차가 위험 요소라는 점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노인(65세 이상)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2022년 10만 명당 6.2명이다(아래 도표 참조). 전반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율과 부상률은 대체로 하락 추세에 있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의 사망률과 부상률과 비교하면 3.4배와 1.5배 높다. 노인은 외출하면 그 만큼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위험하다.
 
교통사고는 노인의 사고 사망 원인 중에 최상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생활은 보행의 규칙이 엄격하다. 그런 제약된 공간만을 움직여야 하고, 규칙을 정확하게 따라야 한다. 노인은 판단력에 문제가 있지만 신체적으로 대응 능력도 약화된다. 정상적인 보행을 기준으로 설정된 신호규칙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는 연령에 따라 한 가지 규칙으로 규정될 수 없다. (딜레마①은 노인을 기준으로 규칙을 마련하면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 모두 손해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 공경과 평등성 위반

 
노인 공경은 오래된 규범이다. 예전에는 공동체 생활의 규칙이 많지 않았다. 규칙 없이 어르신 존중의 규범이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양한 활동은 규칙에 따라야 한다. 규칙은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과정을 보장한다. 규칙의 평등성(공정성)과 민주성은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딜레마②는 규칙의 평등성에서 예외가 왜 만들어지는가 이다. 서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예외로 왜 인정되는가?).  일상생활에서 노인 공경은 평등한 규칙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기계화되고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사회 생활의 규칙은 노인에게 너무 불리하다. 노인의 교통사 고는 이런 현대적 삶의 불행한 결과이다. 추락도 바뀐 생활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계단, 경사면 인도, 건널목, 생활공간의 거리 등은 노인에게는 불리하다.
 
과학 기술이 훨씬 더 발전하면, 노인을 식별하는 교통신호등, 계단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 실내 긴급상황 대응장비 등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경찰청 통계자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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