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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로운 사람과의 동행
은퇴

연구 활동의 유통 기한

by 메타사피엔스 2024. 8. 14.

 

 

연구하는 업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아마도 선조들의 일반적인 대답은 현직에서 은퇴하더라도 중단 없이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일반적이다.

 

나 자신이 연구와 교육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가끔 생각하는 질문이다. 나는 언제까지 전공 분야의 논문과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흥미를 지속하고 있을까?  지금은 여전히 논문을 읽으면 가슴이 뛴다. 연구의 주제를 설정하고 논문을 작성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 

 

그러나 그런 열의와 기쁨이 은퇴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가까운 선배들이 은퇴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학문을 계속해서 연마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회를 기웃거리는 선배들도 학문을 지속했다기보다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목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지도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한 지도 교수님은 은퇴하고 그림책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일로 소일한다. 다른 분도 가벼운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로 여생을 보낸다.

 

현업을 떠나면 연구해야 할 목적이 거의 사라지는 것이 연구를 포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소설을 읽는 일이 아니다. 집중해서 읽어야하고 문장마다 논리의 진위와 허점을 따져가며 보는 논문은 이야기의 전개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니 그런 고단한 연구를 목적 없이 할 은퇴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무척 흥미로운 논문을 읽었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이 아닌 정보기관의 외교가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정보외교는 전통적인 외교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다. (물론 비판받을 요소도 많다.) 이론적으로 훌륭한 개념이 있고, 이는 기존의 외교방식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한다.

 

예전 같으면 내년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연구사업의 주제로 삼고 싶다. 문제는 내 자신이 연구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할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연구주제를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 되지만, 설령 지원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크다. 그러니 논문을 읽을 때마다 이렇게 열심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것이 나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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