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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땀이 벤 아내의 목깃

by 메타사피엔스 2024. 8. 5.

 

서울에서 연구 계획서 심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 잠시 들렸다. 시사잡지의 기사는 크게 신선하지 않았고, 흥미가 크게 있지도 않았다. 다만 방학이고 더운 날씨에 장년 어른들이 많았고, 일부 청소년들도 있었다. 중노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더위를 피하기에 도서관만큼 좋은 곳이 없겠지.

 

공부는 무엇인가? 학생에게는 시험을 통해 자격과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공부이다. 사실, 그런 공부가 삶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공부가 시험과 직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어찌하겠는가? 경쟁과 선발은 가장 효과적이고 명확하게 순위를 매기는 시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을 보면, 아들이 생각난다. 그도 이런 장소에 와서는 독서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보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을텐데.  홀로 앉아 있는 방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세상을 멀리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아들에게 눈은 귀나 코보다 더 중요하다. 귀로 듣는 진실이나 코로 맡는 향기는 눈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눈은 다양하게 펼쳐진 색상, 모습, 움직임을 마주하면서 받아들이는 감정이 훨씬 크다. 보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게 가능하지만, 아들은 눈을 통해 갇힌 마음을 불러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기사 귀와 코로 세상과 대화를 하더라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엄마가 땀흘려 마련한 음식은 아들의 눈보다는 냄새와 맛으로 세상을 느끼게 할 것으로 여긴다. 너무도 더운 오늘도 아내는 큰 일을 했다. 아직 세상을 눈으로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아들에게 냄새와 맛으로 집 밖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끈을 이어주었다. 목깃이 땀으로 젖은 아내는 아들의 아픈 마음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아픈 마음을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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